소쩍새

“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?”

영화를 보다가 그냥 흘러간 대사였다.
근데
왜일까
자꾸만 거울 속의 내 자신이 보인다.

빠지라는 뱃살은 그대론데
자꾸 야위어지는 지갑은
냉장고속 비웃고 있는 김치와
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만 있고

탈탈탈
캐리어에 든 두유는 어느새
터져버려
헨젤과 그레텔마냥
나의 발자욱을 남기는데

뒤 돌아 볼 새 조차 없이
또 나는 갈림길에서
턱을 괴고 있다

저울질을 하는걸까
내 마음은 세모인데
입으로는 머리로는 동그라미를
그리고 있는 것 같은데
그것도 내 마음이 시키는 걸까
어디서 부터 먼저인지를
그 끝의 실마리를 잡을 수 없다

시큼한 중독성있는
파스냄새는
어느새 발가락을 타고와
꽉 막힌 머리속을
더 어지럽힌다.

그래.
아직 일어난 일에 대한
걱정은 하지 말자.
행복한 고민에 대한
저울질은 하지 말자.

배부른데 헛 젓가락질 하다가
즐거움을 괴로움으로 바꾸지 말자.

그렇게 호박전을 먹고
그렇게 국밥을 먹고
그렇게 만두를 먹고
그렇게 그렇게

먹는 것 밖에 모르는 영혼없는
도야지로 살지는 말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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